밤 눈
기형도
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
또 다른 몸 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
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
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
너는 무슨 색갈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
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
얼어 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
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
하늘에는 온통 너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
아 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
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
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
네 속을 열면
첫눈이 간밤 찬바람을 따라 내렸다
오랫만에 빗자루 질을 하고 유자차 한잔으로 아침 마음을 달래며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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