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망상의 시간

향수(鄕愁)

by 松下 2020. 11. 13.

 

 

향 수 (鄕 愁)   

 

 

정지용 시인..

 

 

넓은 벌 동쪽 끝으로

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아가고

얼룩백이 황소가

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.

 

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

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

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

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.

 

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흙에서 자란 내 마음

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

함부러 쏜 화살을 찾으려

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.

 

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

검은 귀밑머리날리는 어린 누이와

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

사철 발 벗은 아내가

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을 줍던곳.

 

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하늘에는 성근 별

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

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

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

 

 

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.